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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어젯밤 싸놓은 여행가방을 점검했다. 레지던스 리셉셔니스트에게 오늘 떠난다고 보증금을 받았고,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빨간색으로 포장 된 체리맛 초콜릿 두 개를 건내었다. 좋아하네, 귀여운것. (좋게말해서 그냥 귀엽기만하다.) 여행가방과 숄더백, 단촐해보이지만 무게는 상당한 짐을 들고 레지던스를 나왔다.

스톡홀름에 가기위해 한 달전 나는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를 예매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유난히도 저렴했던 가격, 수화물 가방 하나 추가해서 42.85파운드. 오후 2시 비행을 덥석 물었다.

라이언에어는 스탠스테드stansted 공항를 통해 운항한다. 런던에서 스탠스테드 공항을 저렴하게 갈 수 있는 이지버스를 찾았고 예매했다.

이지버스를 타러 빅토리아스테이션으로 가기 위해 워털루스테이션 근처 버스정류장에 왔다. 고작 레지던스에서 코 앞인 버스정류장까지 오는데 내 여행가방 상태가 심상치 않다. 바퀴부분이 떨어질 기미가 보여 촌스러운 빨간색 선물포장용 끈으로 질끈 묶어놨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듯 하다. 507번 버스를 탔다. 8시40분, 출근시간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다. 아.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구나;; 긴장되는 마음에 좀 서둘렀더니 일찍 도착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서브웨이에 들어갔다. 아침을 안먹었는데도 샌드위치가 넘어갈거 같지 안아 오렌지주스를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

10시 버스를 타고 한시간 반정도를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라이언에어 예약번호로 기계에서 보딩카드을 프린트하고 카운터에서 수화물을 맡겼다. 저가항공이다보니 기내용 가방은 딱 하나만 가능하다. 무게도 철저하게 잰다기에 수화물 가방을 추가해서 그런지 체크인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울 줄 알았는데, 노트북에 카메라에 여행가방에 채 넣지 못한 짐들로 인해 무게가 만만찮다. 다행이도 보안검사와 출국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들어가니 시간이 꽤 많이 남는다. 커피 한 잔 하려니 사람이 너무 많다. 스타벅스에서 겨울에만 판매하는 다크체리모카를 벤티사이즈로 사서 대기하는 의자에 앉았다. 큰 맘먹고 산 다크체리모카가 닝닝하니그리 맛이 없다.

   


오후 5시 10분 도착이었던 라이언에어는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도착했다. 출국심사실에서 아무데나 서있었다가 유럽인 전용 창구였어서 망신당하고 다시 줄을 섰다. 젠장. 살짝 기분 상했는데 내가 심사받은 창구 아줌마가 웃으면서 친절했기에 다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왔다.

내가 도착한 곳은 스카브스타skavsta 공항이었다. 밖에는 아주 조금씩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지금 스톡홀름에 있음을 느꼈다. 영국을 벗어나 또 새로운 곳에 있다는 기분.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컸다.

스톡홀름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기위해 왕복 티켓을 사고 한시간 반 후 스톡홀름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호스텔에 가기위해 지하철 타는 곳을 찾아야 했다.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한 낯선 곳에서 어딘가를 찾아간다는거, 순전히 내 직감만으로 헤매지 않고 바로 찾아가면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늦은 시각이라 사람도 없고, 헤매긴했지만 나는 지하철을 탔고 한정거장을 지나 감라스탄에서 내렸다. 이 때까진 그나마 무난한 상태였다.

지하철 역에서 나왔니 눈앞에 캄캄한 바다가 보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왼쪽을 갔다. 조금 가다보니 다리 위로 올라가는 좁고 높은 계단이 나왔고 나는 여행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랐는데, 그 때 어디선가 악마가 나타나서 이 방향이 맞는지 잘 생각해보라는거다. 지쳐버린 나는 혼란스러워지고 당황해서 판단력을 잃었다. 왼쪽으로 가야하는지 오른쪽으로 가야하는지 그걸 모르겠는거다. 아주 단순하지만 그래서 모르겠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지도만 잘 봤어도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였는데 나는 바퀴가 떨어지기 직전이 여행가방을 질질 끌며 거의 울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주위는 적막 그 자체였다.
그 때 다행이도 한 커플이 지나가고 있었고 그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처음 갔던 왼쪽이 맞았었다. 그리고 내 여행가방은 마침내 바퀴가 떨어졌고, 여행가방과, 노트북, 카메라 등이 들어있는 숄더백을 다 짊어진채 호스텔까지 갔다. 호스텔이 정말 멀게만 느껴졌다.

   


힘들게 찾아간 호스텔은 기대 이상으로 아늑하고 예뻤따. 그건 그렇고, 힘들어 죽겠는데 종이를 주면 인적사항을 적으란다. 이사한 한국 집주소를 적으려니 기억이 안나서 모르겠다고 하니까 잠깐동안 이상한 시선을 던진다. 하지만 난 그럴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빨리 돈을 내고 열쇠를 받아 방으로 갔다. 들어왔던 현관 앞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복도 끝에 있는 12번 방 앞에 섰다. 열쇠가 약간 휘어져있어서 잘 들어가지도 잘 빠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문이랑 열쇠랑 실갱이하고 있는데 왠 할아버지가 나타났고, 뭐라뭐라 하는데 영어가 아니었다. 호스텔 직원인가? 도와주려는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나랑 같은 방을 쓰는 손님이었다. 헉.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침대 시트를 내가 펼쳐 정리해야한다는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 났다. 노트북을 꺼내 내일 뭘 할지 찾다가, 내일 일은 내일 일어나서 생각하자 싶어 대충 씻고 누웠다. 잠자리가 바뀌기도 했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선뜻 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누워있는데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게 생각났다. 











2008년 12월 25일 목요일


눈을 뜨니 할아버지는 없다. 한결 편해졌다. 씻고 지도하나 들고 나갔다. 어차피 크리스마스라 박물관이나 가게들은 열지 않는다. 남들 다 쉬는날 난 스톡홀름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마냥 걸으며 둘러보는거였다.

호스텔을 나서니 밝았다. 당연하지만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어제 걸어 왔던 길을 걸어나갔다. 어제했던 개고생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ㅃ..

   


감라스탄역을 통과해 스톡홀름의 구시가지인 감라스탄 지역에 도착했다. 옛날 그대로 보존을 잘 해놓아서 좁고 울퉁불퉁한 도로와 골목길들이 유난히도 많았다.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부터 카페, 레스토랑, 박물관, 교회, 왕궁 등등. 무엇보다 감라스탄의 매력은 5,6층 높이의 건물들로 빽빽한 좁은 골목길들을!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우선 너무 배가 고파서 카페를 찾아나섰다. 크리스마스라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는데 고맙게도 오픈한 카페 발견!! 샌드위치와 카푸치노를 먹었다.

감라스탄에서 연결된 다리를 건너 Norrmalm지역으로 향했다. 이 곳은 신시가지로 현대적인 건물과 대형 쇼핑몰들이 있다.

한참을 마냥 걷다 근처 맥도날드에 들어가 핫쵸코를 마셨다. 따뜻하고 진한 쵸코는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앉아 지도를 보며 내가 걸었던 길을 표시하며 이제 뭘 할지 생각했다.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새로 들어온 프랑스 아가씨들은 계속 자고 있다. 조용히 나가 샤워를 하고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리셉션이있던 1층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접시에 이것저것 하나씩 담았다. 맛있는지 알고 종류별로 세 개나 집어온 비스켓 같이 생긴건 완전 딱딱하고 어떻게 먹어야 먹을 수 있는건지 모르겠는거다. 욕심부려서 세 개나 집어와가지고 이것만 남기기 좀 그래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
 
오늘도 역시 먼저 감라스탄에 갔다. 감라스탄에 있는 핀란드 교회 뒷뜰에 아주 귀여운 Iron Boy 조각을 보기위해서였다.

그리곤 감라스탄을 떠나 sofo(south of Folkungagatan) 지역을 향했다. 감라스탄을 기준으로 호스텔이 있는 남쪽 지역이다.

돌아보고 다시 감라스탄으로 왔다. 고작 오후 4시 15분인데 이렇게나 어두워졌다. 정말 낮이 짧다.



계속 싸돌아다녔더니 춥고 배고파졌다. 눈여겨봐뒀던 cafe skeppet에 가서 커피와 와플을 먹었다.

바퀴가 분리되버린 여행가방을 대신 할 가방을 알아보기 감라스탄에 있는 가방가게에 갔다. 내 여행가방을 차마 버릴수가 없는 마음에 좀 무리해서 큰 가방을 사서 내 여행가방을 넣어서 계속 가지고 다닐까?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그래서 가게안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주인아저씨는 처음에는 약간 관심을 보이더니 나중에 내가 보이지 않았나보다.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냥 조그만것으로 했다. 169SEK. 스톡홀름까지와서 레스토랑에서 미트볼 정말 먹고싶었는데 눈 딱감고 여행가방이랑 바꿨다.

여행가방을 가지고 호스텔로 돌아갔다. 짐을 옮겨 담았다. 분리된 바퀴를 미리 챙겨왔던 선물포장용 끈을 이용해 다른 방법으로 가방에 다시 고정시켰다. 어라. 완전 단단하게 고정되어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너무 잘 고쳐버렸다. 이제 진짜 버릴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가방은 두 개가 됐다.

그런데...

영국에서 IKEA 갔었을때 먹었던 미트볼이 너무 맛있었고, 그 미트볼 맛을 잊지못한 나는 어떻게서든 미트볼을 먹어야겠어서 호스텔에서 다시 나와 감라스탄에 갔다. 근사한 레스토랑은 아닌, 싸게 미트볼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헤맸다.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일부 비싸보이는 레스토랑만 영업 중이었다.
그렇게 헤매다 내가 선택한 곳은 편의점 세븐일레븐. 어제 빵을 사면서 카운터 앞 진열대에 간단하게 요리되어있는 파스타, 샌드위치 등등을 본 기억이 났다. 역시 미트볼도 있었다. 편의점은 손님이 없었고, 여자 직원 혼자 카운터에 있었다. 미트볼 작은 사이즈를 달라고 했다. 그 여자는 미트볼만 줄까? 매쉬드 포테이토도 줄까? 물었고, 나는 둘 다 달라고 했다. 여기서 나는 선택을 잘못했다, 앞으로의 불행은 예상치 못하고.
종이로 만들어진 작은 박스에 담아서 전자렌지에 돌려 데워줬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편의점 입구쪽 창문 앞에 있는 바에 자리잡고 앉아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근데 내가 구경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 든건 왤까?- 먹기 시작했다.
미트볼은 그냥 미트볼 맛이었다. 뭐 IKEA에서 먹었던 그 맛을 편의점에서 기대한건 아니다. 하지만 매쉬드 포테이토가....... 맛이 갔다. 원래 이런 맛인가? 다시 먹어봤지만 아니다. 뭔가 쌉싸름하니, 감자에 싹이나서 그 독을 먹는 듯한-먹어 본 적은 없다- 그런 맛이다. 이 뒤통수 맞은 듯한 기분은 뭔가. 직원한테 가서 '너 이거 먹어봐'라고 할까 고민하는데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온다. 날 힐끔 힐끔 쳐다보며-나도 창문으로 반사되서 니들 다 보고 있었다, 이것들아-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바빠보여 기다리며 미트볼만 계속 주워먹었다. 결국 미트볼은 다 먹었고, 종이박스에 남아있던 매쉬드 포테이토는 그냥 쓰레기통으로 쳐넣었다.


호스텔로 다시 돌아오는 길. 처음엔 나를 그렇게 개고생시킨 이 길이지만, 다리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기차와 함께 다리를 건너, 공사하는 길을 지나, 바로 옆에 바다를 두고 따라 걸어 호스텔까지 가는 길이 좋아졌다.


다리에 누군가 그려놓은 하트

   

수차례 지나다닌 호스텔 가는 길 위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의 그림자와ㅠ 멋진 야경




 
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스톡홀름에서의 마지막 날.오늘은 할 일이 많다. 그동안 못봤던 박물관들, 그리고 시청사 가이드 투어 등.
아침 10시에 스톡홀름 시청사 가이드 투어가 있어서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나왔다. 시청 쪽으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바다 건너 저 멀리 시청이 보이는데 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 자꾸 헤매다 짧은 길 두고 멀리 돌아 겨우 도착했다.

어제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그냥 잠들어서 메모리카드 백업을 안했다. 젠장. 오늘은 할 것도 많아서 사진 찍을 일도 많은데.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호스텔에 다시 갔다가 나와 감라스탄에 갔다. 왕궁쪽에 가니 사람들이 북적인다. 뭔가 싶어 보니 근위병 교대식이 준비중이다. 한번 볼까? 싶어서 기다리는데 빨리 시작하지 않고, 사람은 많아지고, 잘 보이지도 않고 해서 그냥 나왔다. 근처 노벨 박물관에 갔다. 노벨상 수상식 연회에서 디저트로 나오는 노벨 아이스크림을 노벨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에서 먹을 수 있다는거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바사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 유르고르덴지역까지 해안을 따라 슬슬 걸어갔다.
 

National Museum / 저 전시 보고싶었는데ㅠㅠ

   


   

                                                                                            Nordiska Museet / 이것도 보고싶었는데 ㅠㅠ


바사 박물관을 위해 포기한게 너무 많구나ㅠㅠ 이렇게 다른 박물관들을 포기하고 선택한 17세기 침몰한 전함 바사호를 원형 그대로 전시해 둔 바사 박물관.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신기하고 근사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다른 박물관 갈껄 약간 후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신시가지쪽으로 걸어나오는데, 해질녁 스톡홀름은 바다와 함께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게 또 한참을 걸었다. 따뜻한 커피가 간절했고, 스톡홀름에서 공부하시는 분이 추천해주시 커피를 마시러 sosta에 갔다. 좀 멀었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카페는 예상 외로 엄청 작았고, 혼자 서서 마시고 있기엔 뻘쭘하여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커피를 들고 손을 녹이며 스톡홀름의 밤거리를 걷는데, 괜히 스톡홀름에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다.

호스텔을 가려면 거쳐야하는 감라스탄에 다시 왔다. 배가 고파졌고, 저렴하면서 정말 양껏 먹을 수 있었으면.. 하며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cafe cronan 파스타와 콜라를 주문하니 가지고 있는 돈에서 아슬아슬하게 15SEK가 남는다. 하늘이 도왔는지 샐러드바는 무료로 알아서 맘껏 이용하란다. 정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다.

내일은 두번째 여행지인 베를린으로 이동이다. 스톡홀름에 올때처럼 라이언에어를 타는데 라이언에어가 좀 그렇다. 비행시간이 정말 극단적이다. 아침 6시 30분 비행이라 새벽같이 서둘러야한다. 버스터미널에서 스카브스타 공항에 가는 첫 공항버스가 새벽 3시 40분에있다. 이 버스를 타기위해 난 늦어서 3시엔 호스텔을 떠나야했고, 호스텔 리셉셔니스트에게 나 내일 새벽 3시에 나가야한다고 하니까 '콜택시 불러줄까?'한다. 아니 그건 됐고 걸어가는건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그건 좀 위험할거 같단다. 아마 지하철이 운행하고 있을테니 지하철을 타란다. 허걱. 새벽 3시에도 지하철이 운행을 해?! 아무튼 그럼 방 열쇠 어떻게해야하냐 물으니 현관에 있는 어떤 검은 상자에 넣으라고 알려줬다.

방으로 돌아와 짐을 다 쌌다. 내일 눈뜨면 바로 짐만 들고 나갈 수 있게 옷도 챙겨입었다. 새로 들어온 프랑스 커플이 안그래도 좁은 침대에 둘이 포개어 누워서 시시덕 거리고 있다. 피곤한데,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울리는 알람을 누가 들을까 급하게 껐다. 새벽 3시. 침대 머리맡에 있는 조명을 켰다. 조용히 여행가방 두 개를 복도로 옮기고 코트, 목도리, 장갑, 모자로 추위에 맞설 무장을 했다. 낑낑거리며 두 여행가방을 가지고 호스텔 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어두컴컴했고 도로엔 간간히 차들이 지나다녔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여행가방을 양손에 하나씩 끌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건 정말 최악이다. 도저히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않아 지하철을 타러 감라스탄역에 갔다. 근데 내가 지하철 타기를 꺼렸던 이유는 스웨덴 돈이 없었다. 어제 카페에서 저녁먹는데 다 써버린거다. 남은건 고작 15SEK뿐이었다.

얼만지만 물어보자 싶어서 창구에 갔다. 센트럴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한정거장 가는거냐며 그냥 들어가라는 손짓을 한다. 내 얼굴에 '돈 없는데'라고 써있는걸까. 아무튼 울컥. 완전 착한 아저씨. 복 받으실거에요. 지하철을 눈앞에서 아깝게 놓쳤더니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술 취한 아이들로 지하철 플랫폼이 시끌시끌하다.

버스시간까지 아슬아슬하다. 그런데 미리 알아뒀던 길에 문이 잠겨있다. 난감. 주위에 있던 여자애들에게 물었다. 이 애들도 약간 취해있었다. 버스터미널에 어떻게 가는거냐니까 자기들도 거기 간다고 같이 가잖다. 스페인에서 온 애들이었다.

다행히 길을 찾았고 버스를 탔다. 거짓말 안하고 새벽 3시 40분 버스가 만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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